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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키메키 메모리얼 걸즈 사이드 4의 카자마 료타 x 주인공 CP 2차 창작입니다.

※반딧불의 보금자리 하얀빛 및 기타 대사 스포 주의

 

 

9년 만에 일본에 와서 그 녀석을 오랜만에 다시 만났을 때, 나에 대해 잘 기억하지 못하는 모습을 보고 조금 충격을 받았었다. 편지나 카드 한 장 보내지 못했으니 그동안 그 녀석에게 나를 떠올릴 계기가 없었을 거란 건 머리로 이해했다. 오랜만에 만나도 그런 태평한 부분은 어렸을 때 그대로라고 속으로 안심했다. 하지만 만나지 못했던 기간 동안 쌓아왔던 그리움이나 기대가 너무 큰 나머지, 꽤 서글퍼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그래도 이제 함께 지낼 수 있으니 그동안의 공백은 만회할 수 있다. 나에 대한 추억이 없더라도 앞으로 새로운 추억을 만들면 된다. 

 

……그렇게 결심하고 1년 반 정도 지난 지금, 과거의 공백은 제법 채웠다고 생각한다. 어렸을 땐 나를 이름으로 불렀으면서, 입학식 땐 성으로 부르며 거리를 두던 그 녀석도 다시 나를 이름으로 부르기 시작했다. 서로 이름으로 부르면서, 그동안의 거리를 메꿨다는 걸, '어렸을 때부터 함께 지낸 소꿉친구'로는 확실하게 자리매김했다는 걸 느꼈다. 여기저기 데이트도 가고 (그 녀석은 친구끼리 놀러 가는 거라 생각하고 있다는 건 유감이지만) 지금도 늦은 시간까지 함께 있단 점에서 큰 진보다. 하지만, 과거를 메꾼 시점에서 만족할 수는 없다. 나는 너와의 미래를 만들어 나가고 싶어.

 

그래서 여기, 함께 간 사람의 마음의 소리를 들을 수 있다는 소문이 있는 반딧불의 보금자리에 그 녀석을 데려왔다. 참고로 이 장소를 알려주며 신경 쓰이는 사람이 생기면 함께 가보고 싶다고 한 건 그 녀석이다. 그런데도 그 녀석은 내가 자길 여기로 데려온 것에 어떤 꿍꿍이나 속셈이 있을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한 듯이, 천진난만하게 웃으며 반딧불이의 불빛에 감탄하고 있다.

 

"예쁘다……."

"하나하나의 빛이 생명이라고 생각하니 좀 무서워지네."

 

이 반딧불들은 그냥 빛나는 게 아니다. 반딧불이가 내는 빛은 성충이 된 수컷이 암컷을 유혹하기 위해 내는 빛이다. 이렇게 반딧불이가 많이 빛나고 있다는 건 그만큼 필사적인 녀석들이 많다는 거겠지. 나도 필사적으로 열심히 빛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중요한 상대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네 주위에서 빛나는 건 나뿐이었다면 좋았을 텐데, 사람들을 끌어당기는 매력이 있는 너인 만큼 네 주위에 사람들이, 빛나는 녀석들이 너무 많다. 그래서, 무섭다.

 

"응, 그래서 더 예쁜 걸지도."

"헤에, 좋은 말 하잖아. 나도 그렇게 생각해. 있는 힘껏 열심히 빛나고 있어. 저기, 너라면 어떻게 순위를 매길 거야?"

"순위?"

"그야, 순위를 매기지 않으면 한 명을 고를 수 없잖아? 수험이나 운동회, 품평회 같은 건 순위가 매겨지니까 알기 쉬워. 노력하는 보람도 있고. 그렇지만 말야, 평생 함께할 파트너란 건 이 중에서 어떻게 정하는 거야?"

"저기, 료타 군?"

 

내 나름대로 연애 상대로서 자신의 매력이 부족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얼굴이 잘생겼다는 얘기는 어렸을 때부터 들어왔다. 하바츠타키 쌍둥이가 꽃미남 대회에 나가달라고 할 정도다. 공부도 매 시험마다 전교 5등 안에는 든다. 신체 조건이나 운동 능력도 나쁘지 않은 편이다. 비록 학년 1위는 언제나 혼다고, 저번 운동회 때 삿사에게 달리기로 졌지만……. 스펙 총합으로 따지면 당연히 내가 1등일 거라 자신하고 있다.

 

"공부나 운동이라면 열심히 할 수 있어."

 

그래도 만약 네가 공부나 운동 등에 뛰어난 사람을 좋아한다고 한다면,

너의 좋아한다는 말을 듣기 위해서라면, 그 둘을 이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할 수 있다.

 

"하지만 아니잖아?"

 

그리고 그런 걸로는 너에게 대단하다는 말은 들을 수 있어도, 좋아한다는 말은 들을 수 없다는 것도 이미 알고 있다.

 

"어떻게 하면 될지, 노력의 방향을 모르겠다는 게 무서워.

규칙이나 기준을 알려주면 여기 있는 반딧불이들도 조금은 편해질 텐데 말야……."

 

어떤 대단한 사람이더라도 평등하게, 상냥하게 대해주는 게 너의 좋은 점이지만…….

그래서 기준을 알 수 없으니 괴롭다. 어떻게 하면, 어떻게 하면 네가 나를 봐줄까.

힌트만이라도 알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으음……. 파트너란 건, 그런 식으로 정하는 게 아닐지도."

"그러면?"

"딱 맞는 상대가 나타나야 하는 게 아닐까. 그 사람이 아니면 안 되는, 그런 특별한 사람. 신데렐라와 왕자님처럼. 신데렐라를 찾지 못한 왕자님이, 유리구두를 못 신은 사람들 중 발을 가장 많이 집어넣은 사람과 결혼할 것 같진 않으니까."

"……! 그러네. 만약 옆 나라의 아름다운 공주가 찾아온다 하더라도 왕자는 신데렐라가 아니면 안 되겠지.

자신의 운명의 상대는 신데렐라라고 이미 정했을 테니까. 그 기분, 이해해."

"응응! 운명의 상대와 맺어진다니, 로맨틱해서 동경하게 돼."

 

그렇게 말하며 귀엽게 배시시 웃는 네 모습을 보며, 내 운명의 상대는 아주 오래전부터 너였다는 걸 가슴에 되새겼다. 무도회장에서 먼저 춤추자고 권했던 게 왕자님이었던가. 그런 것처럼, 내가 이 눈으로 가장 먼저 고른 건 너였다. 아무리 세상 사람들이 자기 기준에 따라 다른 사람들을 데려온다 하더라도, 내 눈에서 가장 빛나는 건 이전에도 앞으로도 너일 것이다. 그래서 만나지 못했던 9년 동안 너의 구두를 들고 있었다. 이 구두는 네 거니까, 나의 신데렐라는 너니까, 네가 아니면 안 돼. ……과연.

 

"아~ 하지만 현실적으로 그러긴 힘드니까 다들 기준 같은 걸 세우는 거려나……."

"그렇게 간단하게 포기하지 마!"

"으, 응?"

"너는 정말이지 모처럼 좋은 말을 한다 싶으면 매번 이런 식으로 어긋난다니까……."

"어……, 미안해?"

 

이 녀석, 무의식적으로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하니까 정말 심장에 나쁘다. 이렇게 이 녀석이 엇나갈 때마다 불안해진다. 나의 신데렐라는 너인데, 네 왕자님은 내가 아닐 수 있는 거야? 네게 언제, 어디서, 어떻게 고백할지는 이미 계획을 세워뒀지만, 만약 네가 지금이라도 나를 좋아한다고 해준다면 당장 무릎 꿇고 너의 발에 유리구두를 신겨줄 텐데. 전혀 눈치를 못 채고 있어. 

 

"그 부분을 부디 어떻게든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래서, 너는 있어? 기준."

 

뭐, 됐어. 이상적인 상대로든 현실적으로 괜찮은 상대로든 나를 고르는 게 최선이라고 여기게 하면 돼.

 

"음~ 지금까지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 적은 없었지만……, 역시 함께 있으면 즐거운 상대일까."

"그럼 지금 구체적으로 생각해 봐. 어떤 상대와 함께 있을 때 즐거운데?"

"어? 으음……, 어떤 상대라고 할까……. 즐거워 보이는 사람 곁에 있으면, 그 즐거움이 전해져서 나까지 즐거워지는 기분이 들거든. 그런 식으로 함께 즐거워지는 게 좋아. 그러려면 상대도 나와 함께 있는 걸 즐거워해야겠지……. 그렇게 정리하면 나와 함께 있는 걸 즐거워하는 사람이 좋다는 얘기가 되려나?"

 

……나 아냐? 아무리 생각해도 제 얘기입니다만. 80억 인구를 전부 데려와도 이 지구상에서 너와 함께 있는 걸 가장 즐거워 할 사람은 나일 거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습니다만. 이거, 본인만 아직 의식하지 못한 거지 이 녀석 안에서 가장 순위가 높은 건 나일 거라고 봐도 무방한 게…….

 

"하지만 이런 식으로 기준을 세워도 순위를 매기는 건 어렵네. 미치루쨩과 히카루쨩과 함께 패션 이야기를 하는 것도 즐겁고, 혼다 군과 함께 아르바이트를 하는 것도 즐겁고, 삿사 군과 함께 달리는 것도 즐거우니까. 그 즐거움에 하나하나 우열을 가려서 순위를 매기다니, 나는 못할 것 같아. 지금 보는 광경도, 한 반딧불이가 열심히 빛나서 아름다운 게 아니라 모두가 빛나고 있어서 아름다운 거니까."

"……. ……나는?"

"응?"

"너, 나와 함께 있을 땐 즐겁지 않은 거야?"

"료타 군과 함께 있을 때도 즐거운 걸? 하지만, 응. 료타 군이랑 함께 있으면 다른 게 전해지는 것 같아."

 

순간 심장이 멈추는 줄 알았다.

 

"……어떤?"

"기쁨, 이려나."

"그런,"

"아, 우쭐대지 말라는 말 금지! 내가 내 입으로 이런 말을 하는 것도 좀 그렇지만, 그동안 료타 군과 있으면서 '여기로 돌아와서 정말 다행이다.'라는 말을 몇 번이나 들었을 거라 생각해? 유학 생활이 길었던 만큼 돌아와서 정말 기뻤던 거지?"

 

순간 내 마음을 들킨 건가, 하고 걱정하고 기대한 것도 무색하게 너는 평소처럼 순진무구하게 웃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고 긴장이 풀려, 나도 그만 웃어버리고 말았다.

 

"……내가 그렇게 많이 말했어?"

"그랬습니다~."

"……풋, 하하하하! 뭐야, 그거. 내 흉내야? 

"응, 꽤 닮았지 않았어?"

"우쭐대지 마."

"그 말 금지라고 말했는데~! ……그래서, 료타 군과 함께 있을 땐 기쁘다는 게 전해져서, 나도 덩달아 기뻐졌었어. 다행이다, 라고 말할 때 나도 같이 다행이다~ 라고 생각하게 된달까……."

 

언제나 절묘하게 엇나가는 녀석인 만큼 이번에도 절묘하게 어긋나있었다.

그걸 기쁨이라 부르는 것도 어느 정도는 맞지만, 더 정확한 말이 있다.

행복.

 

"음, 내 나름대로 구체적으로 대답해 봤는데 어때? 참고가 됐어?"

"엄청. 고맙다. ……이야기가 꽤 길어졌네, 돌아가자. 바래다 줄게."

"응, 고민이 해결된 것 같아서 다행이다. 료타 군의 사랑, 응원할게."

"하?"

 

하?

 

"너, 방금 무슨 말을……."

"응? 방금 연애 상담 아니었어? 아무리 들어도 반딧불이 얘기는 아니었으니까 그런 줄……."

"아니아니아니아니아니, 너, 상대가 누군 줄은 알고 응원한다고 하는 거야?"

"앗, 상대까진 몰라……. 사실 료타 군이 짝사랑 중이란 것도 방금 듣고 알았어서…….

그러니까 아마 다른 사람들도 모를 거라고 생각해. ……그, 음, 누군지 물어봐도 돼?"

 

아니, 너 말고 1학년, 2학년 같은 반 친구들부터 하나츠바키 쌍둥이까지 전부 내가 누굴 좋아하는지 알고 있다만.

 

"……신경 쓰여?"

"으, 응. 조금 신경 쓰일지도……."

"그럼 성심성의껏 신경 써서 알아봐 주세요~. 내 입으론 말 안 합니다~. 자, 가자."

"어, 어?"

 

나는 영문을 몰라하는 그 녀석의 손을 잡고 반딧불의 보금자리를 나섰다. 그래, 신경 쓰인단 말이지. 앞으로도 계속 신경 써 줘. 날 봐줘. 그리고 눈치채 줘. 알아차려 줘. 내가 누굴 좋아하는지, 내가 너와 함께 있을 때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이미 네가 없는 곳에서 9년을 기다린 만큼, 네 곁에서라면 몇 년이고 더 기다릴 수 있어. 

 

"무슨 일이야? 갑자기 엄청 기분 좋아져서는……."

"아아, 네 응원이 기대돼서 말야. ……역시, 나, 여기로 돌아와서 다행이라고 생각해."

"또 그 말이야~?"

 

그렇게 말하며 결국 나를 따라 후후, 하고 웃는 너를 보며 내 안의 행복감은 더욱 커져갔다. 있잖아, 나, 너와 함께 있을 때가 가장 행복해. 너무나 태평하고 순진무구한 나머지 어쩔 땐 잔혹하게 느껴질 때도 있지만, 이러니저러니 해도 네 곁에 있으면 행복해서 웃음이 그치지 않아. 그러니까 내가 네 덕분에 행복했던 만큼 네가 나로 인해서 행복했으면 좋겠어. 이 세상에서 가장 찬란하고 눈부신 너를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게 나이고 싶어. 

 

'우리들이 언제나 건강하고 행복해서,

그래서, 결혼할 수 있기를.

절대로, 그럴 수 있기를……'

 

힘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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